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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추천사●하나님과의 대화(김병윤 著‧ 북스타 刊‧ 480쪽)

이종록 | 기사입력 2021/12/28 [16:19]
성경을 읽지 않는 기독교인들이여!

서평․추천사●하나님과의 대화(김병윤 著‧ 북스타 刊‧ 480쪽)

성경을 읽지 않는 기독교인들이여!

이종록 | 입력 : 2021/12/28 [16:19]

 


성경책을 인간사에서 퇴출하려는 무신론자에
50년 친구인 목사신학자가 보내는 글

성경을 읽지 않는 기독교인들이여!

 

무신론자. 말 그대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무신론자가 종교를 가질 리 만무하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교는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는 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무신론자가 종교를 옹호한다면?

 

나는 모태 기독교인, 즉 기독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목사요 신학자로서 신학대학에서 36년째 구약성서를 가르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 가운데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가 내 인생책 목록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이 책은 누가 썼을 것 같은가?

 

이 책 제목만 보면, 종교를 가진 사람이 비종교인에게 종교의 유용성을 알려 주기 위해 쓴 책이라고 누구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썼다.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이다. 무신론자가 무신론자들에게 종교를 권한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 사회가 겪는 공동체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종교가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자신은 무신론자이지만, 신의 존재 여부나 신에 대한 믿음 여부와는 상관없이 종교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존속해 왔고, 지금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재이기 때문에 무신론자라고 해서 종교 자체를 거부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교에서 배울 수 있는 공동체 회복 방법을 열 가지로 나누어서 들려 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기독교 목회자들 독서 모임에서도 여러 차례 이 책을 함께 읽었는데, 이 책이 무신론자들보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에게 종교, 특히 기독교라는 종교가 갖는 유용성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다수 기독교인들, 심지어 목회자들까지도 종교, 특히 자신들이 속한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인류문화유산인지 모른다고 확신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하나님 말씀이라고 하는 성서 경시 풍조이다. 성서를 하나님 말씀이라고 하면서도, 성서를 오래된 어려운 책, 흥미 없는 고리타분한 책이라고 여기면서 성서 읽는 것을 싫어하고 성서를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귀찮아하고, 목회자들도 설교 시간에 흥미롭고 처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현재 기독교 형편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할 때조차도 성서를 읽지 않는다.

 

그리고 성서에 대해 공부하려 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성서 전문가여야 할 사람들이 성서를 잘 모른다. 성경책은 넘쳐나는데 홍수에 마실 물 없다고 성서 읽는 사람, 성서 공부하는 사람 찾아보기 힘든 이 신중세 시대를 나는 심히 개탄한다.

 

현재 기독교가 그런 형편이기 때문에 목적이 무엇이든 성경책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 나는 제일 사랑스럽다. 그리고 맹목적이고 그릇된 고정관념에 의한 신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서를 비판적으로 읽는 사람이 내게는 참 귀하게 보인다. 이런 점에서 저자 김병윤 친구는 내가 보기에 참 사랑스럽고 귀한 사람이다.

그 까닭은 50여 년 알고 지내온 중학교 동창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평생을 구도자로 살아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종교인이나 신앙인처럼 어떤 신적 존재를 신앙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우리 삶과 우주 전체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도, 삶과 죽음, 죽음 이후, 이런 종교적인 문제에 천착해 온 삶을 살아 왔고, 지금도 그 문제에 온 삶을 헌신하고 있다.

 

그런 내 친구가 이번에 일을 저질렀다. 성서를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사라져야 할 악서로 규정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대각성이 며, 이를 통해 순전한 종교 혁명을 일으켜야 인류가 온전한 도를 깨닫고 거기에 따라 살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성서를 신의 말씀으로 떠받드는 기독교에 가장 강력한 도전장을 내미는 책을 펴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노력은 가히 놀랍다. 나는 이 친구를 만나 그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으면서, 저자가 들인 노력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버금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작성하고, 몇 번인지 알 수 없는 첨삭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원고를 마무리했다.

 

성서학자인 내가 보기에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성경책을 기독교인들보다, 목회자들보다, 아니 신학자들보다 더 여러 번, 더 꼼꼼하게 읽었다는 것이다. 물론 성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신학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나름대로 읽었다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성서를 비판하기 위해서, 성서의 단점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성서를 열심히 읽고, 관련 자료들을 탐독하고,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모태 기독교인이고 목사이며 성서학자로서 오랜 세월 신학대학에서 성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 친구인 저자가 성서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기독교인들 가운데, 목회자들 가운데, 심지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가운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강하게 거부하는 사람들도 여럿인 상황에서, 기독교가 대내외적으로 욕을 얻어먹는 이 한심한 형국에 진정한 도를 추구하는 저자가 성서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저자가 기독교인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서를 비판하기 위해서, 진정한 종교적, 정신적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 성경책을 인간사에서 퇴출시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성서를 본인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기울여서 비판적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성서를 하나님 말씀이라고 말하는 기독교인들, 거기에 근거해서 매주 몇 차례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 앞으로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상당한 기간 동안 공부하는 신학생들, 그들 가운데 저자만큼 성경책을 애독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성서를 비판하기 위해서 저토록 성경책을 열독하는데, 성서를 하나님 말씀이라는 절대적인 진리라고 하면서 성경책 읽는 것에 열심을 내지 않고, 공부하지 않아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성서에 꽤 무지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제 고정관념을 하나님 말씀이라고 우기면서, 성서학자가 가르치는 것을 거부하는 기독교인들이 대다수라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알랭 드 보통이 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무신론자보다 기독교인들이 읽으면서, 기독교라는 종교가 얼마나 소중한 인류문화유산인지 깨우쳐야 하듯 저자가 쓴 이 책을 기독교인들이 읽으면서, 자신들이 소위 하나님 말씀이라고 하는 성경책 읽는 것에 얼마나 게으르고 나태한지 새삼 깨닫고, 성서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자신들이 하나님 말씀이라고 고집하는 것이 실상은 얼마나 엉터리 고정관념인지도 실감하길 바란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한다.

 

교육 수준, 지적 수준이 인류 역사상 가장 높다는 이 첨단 시대에 그저 놀고먹는 본능적인 것을 라이프 스타일로 여기는 염려스러운 상황에서, 우주적 도를 깨닫기 위해, 그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힘겨운 구도자 삶을 자청하는 내 친구 김병윤 저자를 격려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바친다.

: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교수, 구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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